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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언론인권상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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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언론인권상 심사평


  언론인권센터 언론인권상이 올해로 22회째를 맞았습니다. 우리 단체 창립자의 한 분이신 고 유현석 변호사님과 전 이사장이신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님이 출연하신 기금으로 시작된 언론인권상이 이제는 청년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언론인권상은 우리 사회에서 사각지대로 밀려난 인권문제를 개인의 자유권과 사회권, 보편적 연대와 참여권을 일깨워주는 등불과 같은 역할을 해 온 언론인과 언론사에 상을 수여해왔습니다.


  올해 언론인권상은 2022년 11월 1일부터 2023년 10월 31일까지 보도 및 방송된 작품을 대상으로 2023년 10월 30일부터 11월 10일까지 공모를 진행하였으며, 44편의 작품 제작자와 단체가 언론인권상 후보를 접수하였습니다. 접수된 작품은 여섯 분의 심사위원이 12월 5일 예심에서 총 9편을 선정하였으며, 12월 6일 본심에서 열띤 토론을 통해 본상 1작품, 특별상 4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습니다. 특별상은 2작품 정도를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언론의 시선이 머문 인권 사각지대가 다양했고, 어려운 여건에서 최선을 다한 제작진에게 힘을 보탠다는 의미에서 4작품을 선정하였습니다. 또 언론 활동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의 인권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온 시민단체에도 특별공로상을 드리기로 하였습니다.


  올해 접수된 언론인권상 후보작은 2022년 가장 큰 사회현안이었던 10.29 이태원 참사를 비롯하여 국가폭력과 노동인권, 아동 인권, 여성 인권, 이주민 인권, 장애인 인권 등의 사회현안을 의제화하여 대안을 모색하는데 이바지한 작품이었으며, 특히 양회동 씨 분신사건에 대한 보도는 언론이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면, 진실을 거짓이 묻어버리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습니다.

  올해도 응모작 한편 한편이 한국을 개인의 자유권은 물론 사회권과 연대권을 보호하는 인권사회로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응모해주신 언론사와 언론인 여러분에게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본상에 선정된 경향신문 기획팀의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는 노동자가 일할 때 입는 옷인 작업복이 갖는 노동인권의 문제를 안전과 건강, 젠더, 차별의 관점에서 다룸으로써, ‘작업복이면에 숨져져 있는 인권문제를 다룬 작품이었습니다. 그동안 언론에서 다룬 노동 관련 수많은 보도가 주로 노동 현안에 대한 정보전달과 비판 중심이었다면, 경향신문의 작업복기획기사는 노동자가 작업복을 착용하고 일하는 순간부터 받는 직장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대우, 차별을 다섯 차례에 걸쳐서 깊이 있게 조명해 주었습니다. 이번 기획은 취재기자와 사진기자, 데이터저널리즘팀과 영상PD가 협업하여 지면 신문뿐만 아니라 인터넷 신문과 인터렉티브 콘텐츠로 신문의 평면적 한계를 벗어나려고 시도를 했다는 점과 새로운 시도를 통해서 뉴스이용자가 머무는 다양한 공간을 찾아가서 노동인권 문제를 비췄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였습니다.

 

  특별상 MBC 뉴스데스크 <건설 노조원 분신 검증>은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 씨의 분신을 조선일보가 2의 분신정국화 혹은 유서대필 사건으로 몰려는 것을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에 따른 검증과 팩트 체크, 현장 조사와 당사자 인터뷰를 토대로 정면으로 반박해 조선일보 보도의 허구성을 밝혔습니다. MBC의 검증 보도는 기본에 충실했습니다. 분신 방조 의혹의 당사자인 홍성헌 씨에 대한 직접 인터뷰와 신속한 필적 감정을 통해 비교적 빠른 시간에 의혹을 해소시켰습니다. 자칫 온갖 억측과 소모적 논쟁을 부를 수도 있었던 사안을 검증을 통한 정확한 보도로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큰 보도였습니다.

 

  특별상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10.29참사 기억과 기록>은 라디오라는 매체가 갖는 장점을 살려서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사건의 희생자 159(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등록 회원 110) 유가족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기록하고 기억한 희생자는 전체의 1/3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태원 사건과 같은 사회적 참사의 희생자와 그 유가족에게 언론의 시선이 머물지 않는다면 오직 고통만이 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김종배의 시선집중이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머물며, 함께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 모두의 깊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특별상 EBS<딩동댕 유치원>은 국내 최초로 하늘(신체장애), 마리(다문화), 하리(양성평등), 조아(조손 및 이혼가정), 댕구(유기견)라는 인형 캐릭터로 만들어 한국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한 어린이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어린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진행자는 당연히 젊은 여성이라는 편견을 깨고, 중견 배우에게 맡기는 시도를 하였습니다. 딩동댕 유치원에는 그동안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출연시키지 않았던 장애 아동과 다문화가정 아동 등 다양한 어린이가 출연하여 사회적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고 사회통합교육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였습니다.

 

  특별상 UBC<그림자 아이들>은 지역민방의 어려운 제작 여건에서도 지역 현안이자 한국 사회의 주요한 의제 중 하나인 이주민의 사회 통합 문제를 깊이있게 다뤘습니다.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듯 국제연합 아동권리협약은 모든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되어야 하며, 출생 시부터 이름과 국적을 가질 권리가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최대 2만 여 명이라는 미등록 이주 아동이 인권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를 모국어로 배우고 생활하지만 불법이라는 낙인이 찍혀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UBC는 그들도 우리의 평범한 이웃임을 프로그램을 통해서 잘 보여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올해는 시민단체인 <정치하는 엄마들>에 특별공로상을 드리고자 합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장애아동 학대 사건을 우리 사회의 고질적 편견과 인권침해 문제로 추적하고 문제를 제기해 왔습니다. 장애아동 학대 사건은 특수교육 시스템의 문제나 장애 특성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다루었어야 하는 사안입니다. 교권 침해가 사회적 현안이 된다고 하여도 학생 인권이 물러날 수 없습니다. 장애 아동 인권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사건을 다룬 많은 언론이 교권과 학생 인권을 마치 시소 게임과 같이 충돌하는 영역으로 다루고 있었습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서로 다른 시각이 충돌하는 어려운 순간에 나서서 중요한 사회적 문제를 지적하고 언론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주의를 환기했다는 점에서 <정치하는엄마들>의 행동에 감사하며 특별공로상을 드리고자 합니다.

 

2023년 12월 13

22회 언론인권상 심사위원장 심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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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상]

경향신문 기획보도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 김한솔, 김정화, 박하얀, 성동훈, 권도현, 박채움, 이수민, 최유진, 모진수

  경향신문 작업복기획-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시리즈는 취재에 응한 노동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했던 입는 사람의 입장, 실제 일하는 입장에서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는 말을 가장 잘 실현한 언론사의 기획 기사인 것 같습니다. 현장 취재에 답이 있다는 말은 모든 언론이 동의하면서도 정작 언론들이 그에 부합하는지 착잡함을 더하는 언론 현실 상황에서 더더욱 돋보이는 기사입니다. 

 

  일터의 최소한의 조건인 작업복을 매개로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자연스레 처음엔 불편하고 화도 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져 입는 사람조차도 별로 생각해본 적 없지만’, 사실은 너무나 할 말 많은 일터 환경, 안전, 건강, 차별, 사회적 시선, 일터 및 사회에서의 권력관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작업복을 통한 접근 자체가 참신하여, 국가필수산업이지만 민간위탁업체 소속인 노동자들, 건설현장 안전장구 표준에서 사실상 사라진 여성노동자들, 다소 생소한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의 현실과 작업복, 음식의 위생을 지키기 위한 목적의 작업복, 마지막으로 통제적 속성에 주목한 유니폼을 통해 본 서비스직 노동자들의 현실까지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지만 읽는 사람들을 열독하게 만들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노동에 관심이 없는 사회에서는 이들이 안전한 작업복을 입게 될 가능성이 낮다. 여성은 일보다 외양이 중요하다고 믿는 사회에서 여성 노동자가 업무친화적인 작업복을 입긴 어려울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사회에서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질이 나쁜 작업복을 받게 된다는 기사 마무리가 울림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위와 같은 좋은 기획기사는 평소 사람과 노동에 대한 경향신문 노동기획팀의 꾸준한 관심과 현장취재에서 비롯되었다는 점, 어우러진 사진과 영상, 적절한 통계 인용과 그래픽까지 결합되었다는 점, 호흡이 긴 기사임에도 지면에 효율적으로 무리없이 담아냈다는 점에서 충분히 본상 수상자격이 있습니다. 심사위원을 포함한 독자 모두에게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의 눈으로 노동현장을 좀 더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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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상]

MBC 뉴스데스크 〈건설노조원 분신 검증〉

- MBC 보도본부 뉴스룸 경제팀 차주혁 · 배주환 · 이재욱


 

MBC 뉴스데스크 건설노조원 분신 검증 보도>는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 씨의 분신을 조선일보가 2의 분신정국화 혹은 유서대필 사건으로 몰려는 것을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에 따른 검증과 팩트 체크, 현장 조사와 당사자 인터뷰를 토대로 정면으로 반박해 조선일보 보도의 허구성을 밝혔습니다.


  2023516일과 17일자 조선일보의 양회동 씨 분신 방조 의혹 보도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페이스북에 해당 기사를 인용하며 사실과 무관하게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거기다 월간조선은 518일 양회동 씨의 유서가 일부 조작 또는 대필 됐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의혹이 있다면 보도하는 게 언론의 역할입니다. 그러나 의혹을 제기할 땐 분명한 사실 확인과 검증, 합리적 근거 제시를 해야 함은 언론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기본 원칙입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청 CCTV로 추정되는 화면과 익명의 목격자 말만으로 분신 방조로 몰고, 유서가 육안으로 달리 보인다는 자의적 판단으로 유서 대필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정부가 건설노조에 대해 건폭이라며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 또한 여론 호도에 발 벗고 나선 상태라 기사의 정치적 의도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MBC의 검증 보도는 기본에 충실했습니다. 분신 방조 의혹의 당사자인 홍성헌 씨에 대한 직접 인터뷰와 신속한 필적 감정을 통해 비교적 빠른 시간에 의혹을 해소시켰습니다. 자칫 온갖 억측과 소모적 논쟁을 부를 수도 있었던 사안을 검증을 통한 정확한 보도로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큰 보도였습니다.

  최근 MBC의 노동 문제 관련 보도가 기존 언론의 사건 위주 보도를 극복하고 포괄임금제, 조선 산업 원하청 문제 등 구조적 문제를 다루며 노동 관련 보도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차주혁 기자를 비롯한 담당 기자들의 노력과 건강한 시각이 좋은 보도로 이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MBC 뉴스데스크 <건설노조원 분신 검증 보도>를 만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런 보도가 있어 한국 언론은 그래도 살아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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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상]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10.29 참사 기억과 기록〉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제작팀 (대표 박정언 PD)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1주기가 지났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매주 금요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인터뷰 방송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정말 많은 언론에서 10.29 이태원 참사를 다루었고 참사 초기와 49, 100, 1주기 등 기억할만한 시기에는 많은 특집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유가족들의 일상을 따라 찍고 희생자들의 작은 기억들까지도 기록하여 기억 될 수 있도록 노력한 언론의 역할이 참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모든 기사들과 프로그램들이 다 나름의 의미와 감동을 주었지만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이 시상식 일 기준 54주 동안 매주 방송된 유가족들의 인터뷰는 그 자체만으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단한 기록물로 남을 것입니다. 특히 참사 초기 격양된 감정과 정부에 대한 분노와 절망을 표출되었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유가족들이 마음을 다잡고 연대와 활동을 경험하여 정제되고 정확한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하는 등 그 변화를 살펴보는 일도 매우 중요한 관찰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유가족들이 언론과 나눈 수많은 인터뷰들 중에서도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은 언론이나 세상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유가족들의 입장에서 유가족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방송을 통해 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은 돋보입니다. 10.29 이태원 참사를 바라보는 제작진의 세심한 시선과 지속적이고 깊은 배려는 높이 평가 받아 마땅합니다.


  희생자 159명 중 내국인이 133명이고 현재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에 등록된 회원은 110명입니다. 희생자 유가족들의 1/3 정도의 인터뷰를 하였으니 모든 희생자 가족들의 인터뷰를 담을 수 없을 수도 있겠지만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어 있는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통과되고 순조롭게 공포되어 독립적 조사기구가 설립되는 날까지는 매주 금요일 오전 MBC 라디오를 통해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더불어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대신하여 진행자를 비롯한 제작진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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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상]

EBS 딩동댕 유치원 〈안녕, 별아? 外〉

EBS 〈딩동댕 유치원〉 제작진


  <딩동댕 유치원>은 EBS의 대표적인 유아동 프로그램입니다. 타 방송사에서는 거의 사라진 어린이 프로그램들을 꾸준히 제작하고 있는 것은 EBS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물론, 과거 어린이 프로그램들이 가지는 전형성이 시대에 맞지 않는 면을 보이고, 편견을 없애야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오히려 편견과 고정관념을 유발하는 측면도 있었습니다. 올바른 가정, 민족의 자부심, 건강한 신체 등의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기던 사회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사회는 다양한 형태의 가정, 양성평등, 다양한 인종과 문화 등을 공동체 안에서 수용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딩동댕 유치원>의 캐릭터들과 프로그램 구성은 매우 의미가 큽니다.


  국내 최초로 하늘(신체장애), 마리(다문화), 하리(양성평등), 조아(조손 및 이혼가정), 댕구(유기견)라는 인형 캐릭터를 만들어 한국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한 어린이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어린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진행자는 당연히 젊은 여성이라는 편견을 깨고, 중견배우에게 맡기는 시도를 하였습니다. 딩동댕유치원에는 그동안 어린이프로그램에서 출연시키지 않았던 장애아동과 다문화 가정아동 등 다양한 어린이가 출연하여 사회적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고 사회통합교육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였습니다. 특히 “안녕 별아?” 편은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캐릭터 별이를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편견을 우려하여, 왜곡과 미화없이 표현하려는 노력이 매우 돋보였습니다.


  어린이들이 다양한 구성원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 안에서, 인권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 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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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상]

UBC울산방송 라디오 다큐멘터리 〈그림자 아이들〉

편정택, 최필숙


  ‘그림자 아이들이란 생명체로 분명 존재하지만 사회적으로 특히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을 가리킵니다. 이 아이들은 누군가의 자녀로 태어났음에도 호적에 오를 수 없고, 성인이 되어서도 주민등록증을 가질 수 없는 그림자 같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있지만 없는 아이들은 학교, 병원 등 아동으로서의 권리를 누리고 보호받아야 할 그 어느 곳에서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우리 주위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함에도 우리는 그들의 존재를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회적 존재로 인정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들은 물론 그들의 부모 혹은 보호자들도 이러한 상황을 쉽게 발설할 수 없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UBC라디오가 특집 다큐멘터리 그림자 아이들을 통해서 이 아이들이 우리사회에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를 알린 것만으로도 큰 사회적 의미가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미등록 이주민, 달리 말하면 불법체류자로 불리우기도 하는 부모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단지 이러한 이유만으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고 있음에도 등록이 허가되지 않는 아이들의 불안한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는 한국인입니다라는 1부의 제목이 더욱 무겁고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21세 청년 달리아와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늘 도망자같은 삶을 살고 있는 21세 청년 소연이 우리 주위에서 그림자처럼 살고 있습니다. 이 청년들은 1989UN아동권리협약에 담긴 18세 미만의 아동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생존, 보호, 발달, 참여의 권리를 누려본 적이 없습니다. 세계적 협약도, 그 어떤 인권 조항들도 이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청년이 되어서도 그 불안감은 떨쳐낼 수 없습니다.


  2크리스마스 선물에서는 미등록 이주민이 출산한 이란성 쌍둥이 에르데네솔룬가의 이야기, 한국 아빠와 태국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늦어진 혼인신고로 한국 국적을 갖지 못한 채 미등록 아이가 되어 버린 하은이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에르데네솔룬가는 천주교부산교구 울산대리구의 빛소금 의료지원 운동의 도움으로 의료 지원을 받아 건강하게 태어났고, ‘하은이는 울산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 인권이사 김태엽 변호사의 도움으로 5살이 되던 해에서야 비로소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사회에는 이러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꿈꾸지도 못한 채 살아가는 그림자 아이들이 많습니다. 질병관리청과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2년 사이 출생한 아동 가운데 임시 신생아 번호로만 남아 있는 아이들이 13726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UBC라디오의 이 다큐멘터리는 그림자처럼 존재했던 아이들을 우리 사회에 불러냈습니다. ‘그림자 아이들에게 지역사회가 안전한 보호막이 되고, 호적을 갖게 하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UBC라디오 전파가 따듯하게 느껴집니다. 울산을 넘어 대한민국 곳곳에서 그림자 아이들로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과 그 불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그림자 청년들이 당당한 한국인으로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당당하고 걱정없이 살고 싶다달리아의 바람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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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공로상]

정치하는엄마들


  언론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한편, 소위 정보를 생산, 유통, 소비하도록 하는 사업체로서 사람을 정보 사업의 소비 객체로 전락시키고는 합니다. 이러한 언론의 양면성으로 인하여 우리 헌법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언론의 자유에 있어서의 한계 영역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역시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규정하는 한편,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명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장애아동 학대 사건은 특수교육 시스템의 문제나 장애 특성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다루었어야 하는 사안입니다. 교권 침해가 사회적 이슈가 된다고 하여도 학생 인권이 물러날 수 없습니다. 장애 아동 인권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사건을 다룬 많은 언론들이 교권과 학생 인권을 마치 시소 게임과 같이 충돌하는 영역으로 다루고 있었고, 장애아동 학생 사건에서 그러한 반인권적 시각이 폭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장애 아동의 언행이나 사건과 무관한 내용, 사생활, 가족 인적 사항까지 무분별하고 선정적으로 노출하였습니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인권적 측면을 무시한 채 누군가에겐 삶의 중요한 의미를 가질 문제를 손가락질할 대상에 불과한 소비의 객체로 전락시키고 말았습니다. 당장의 시청률과 조회수라는 수익 창출 목적의 상업적이고 반인권적인 지표 아래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뒷전으로 하였던 것입니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은 명예훼손 등 구체적 피해 당사자의 문제제기에 의해서만 관철될 수 없습니다. 언론 사업의 특성상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정보는 이미 사회 전반에 퍼져버리고 여기에 대한 사회 일반의 반응이 다시 언론에 영향을 미쳐 확대 재생산됩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형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아노미적 상황 하에서 정치하는엄마들의 가능한 모든 법적, 자율규제적 조치를 촉구하는 행동은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언론이 사회적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사회가 야만의 목소리를 낼 때 인권과 이성을 되찾도록 고삐를 당기는 진중한 결의를 보여주었습니다.

    

  어려운 순간에 나서서 중요한 점을 지적하고 언론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주의를 환기한 정치하는엄마들의 발빠른 행동에 감사하며 언론인권센터 인론인권상 특별공로상을 수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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