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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취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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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권센터의 아홉 번째 이사장을 맡은 심영섭입니다.

모두가 들뜬 마음으로 2002년 한일월드컵 대회를 기다리던 때에 언론피해구제와 더 나은 세상을 꿈꾸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새로운 길을 만들기 위해 힘차게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출발점에  서 계셨던 분들의 당당함과 아름다움에 비하면 지금의 현실은 초라하고 답답합니다.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갈등, 전염병 대유행과 같은 재해로 세계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정부의 긴축재정운영과 내수위축으로 시민단체를 운영하기 위한 기본예산 확보도 어려운 현실입니다. 더욱이 시민운동에 비판적인 현 정권이 시민사회의 자율성마저 위협하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길을 가야 하고, 맡겨진 소명을 실천해야 합니다. 새로 이사장을 맡으며 걱정만 하고 있다면, 저에게 이 일을 맡겨주신 회원님들의 바람을 저버리는 일이 될 것입니다.
 

우리 언론인권센터는 뛰어난 누군가가 혼자 앞으로 달려나가는 곳이 아니라. 조금 늦더라도 함께 걷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또 옆 사람이 조금 지치고 힘겨워할 때는 붙들어주고 일으켜 주는 곳입니다. 2002년 언론인권센터를 창립할 때, 그 자리에 모였던 분들은 “언론에 의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언론피해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단체”가 이 땅에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단체는 “언론의 자유를 지지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우리 사회의 양심 같은 모임을 꿈꿨습니다. 인권에는 보수도 진보도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고, 자신의 존엄을 지키며 기본권을 누려야 합니다. 이러한 시민의 기본권 옹호를 위해 앞서 길을 만든 분들은 혼자 걸어가는 오솔길이 아닌 여럿이 함께 걸을 수 있는 길을 냈습니다. 그래서 언론인권센터의 걸음은 언제나 느려 보이지만, 지금까지 그 어떤 어려움에도 지치거나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우리의 길을 만들어왔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타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더 깊어가고 있고, 서로 이해하고 보듬기보다는 누군가를 비난하고 질타하는데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언론은 시민의 권리를 일상적으로 침해하면서도, 그러한 행위에 무감각해져 있습니다. 이러한 언론을 시민은 외면하고 저주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경제위기와 정치분열, 사회적으로 깊어지는 혐오와 차별이 깊어지며 시민사회의 기반이 계속 약화하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상황일수록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더 뚜렷해집니다. 언론인권센터의 역할은 언론피해구제와 시민의 알 권리 보장, 미디어를 이용한 정보향유권을 강화하는 데 이바지하여, ‘약한 자에게 힘을 주고, 강한 자가 바를 수 있도록’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인권 옹호와 권력 감시를 하는 것입니다.
 

바람이 있다면, 우리 언론인권센터는 회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동체가 되었으면 합니다. 언론인권센터에는 언론피해자를 돕는 미디어피해구조본부와 한국미디어피해상담소, 정보공개운동본부, 미디어이용자권익본부, 미디어인권교육본부, 정책위원회가 있습니다. 전문 지식이 있어야 하는 실행위원회도 있습니다. 그러나 함께한다면 시민운동은 의무가 아닌 즐거움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회원이라면 누구나 실행위원회에 참가하여 우리 사회를 밝히는 촛불 하나쯤은 켤 수 있었으면 합니다.
 

또, 언론피해자에게 문턱을 더 낮추도록 하겠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도입된 뒤에 매년 배출되는 변호사의 수는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피해구조기관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입니다. 피해를 보고도 억울함을 말할 수도 법률적 조력을 얻을 수도 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한국미디어피해상담소를 통해 누구나 자신의 억울함을 신원하는 첫걸음을 뗄 수 있었으면 합니다.
 

3년 후를 꿈꿔봅니다. 지금은 시민운동을 하기에 힘겨운 환경입니다. 때로는 계획한 일에 실패할 수도 있고, 때로는 앞이 꽉 막힐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3년 후는 지금보다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간 모습이었으면 합니다. 그 길을 회원님들께서 함께 해 주실 것이라 믿기에 걱정하지 않습니다. 23살의 청년이 된 언론인권센터의 꿈이 이루어지는 세상을 함께 만들었으면 합니다.

 

2024년 4월 16일, (사)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심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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