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훈 지역스토리텔링 연구소장
Q1. 〈미Q〉 프로젝트를 제안하신 배경은 무엇인가요? 우연한 상황이었어요. 윤여진 이사님과 서로 신세 진 거 때문에 식사하고 차 마시는 자리였죠.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미디어 리터러시가 주제가 됐습니다. 주제가 그쪽으로 흐른 까닭은 지금 세상에서 언론이 차지하는 위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소셜미디어가 등장하기 전만 해도 언론이 아니면 사회에서 소통하기가 거의 불가능했잖아요. 그런데 잘못된 언론 보도로 피해가 생기고, 그래서 언론인권센터도 만들어졌잖습니까? 하지만 지금의 언론은 과연 비판과 감시만으로 바로잡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소셜미디어가 주도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대중의 눈길만 끌 수 있다면(트래픽) 무슨 짓이든 하겠다고 덤비는 언론사는 우리가 알던 20세기 언론사와는 많이 다른 거 같습니다. 그래서 20세기 방식이랄 수 있는 언론에 대한 비판과 감시만으로 과연 미디어 환경을 바꿀 수 있을까 회의가 들었죠. 지금은 대중이 미디어 소비자이기도 하지만 생산자이기도 하잖아요? 20세기의 미디어 리터러시가 기성 언론과 방송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목적이 있었다면, 지금 시대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 자체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또 주체적으로 다룰 수 있느냐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중이 스스로 미디어를 다룰 줄 알아야 소셜미디어에서 건강한 소통 환경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다면 언론인권센터의 시선이 ‘언론과 방송사’가 아니라 ‘미디어 이용자’에게로 옮겨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속에서 주체성을 갖고 활동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지금 시대의 언론인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Q2. 문제의식은 굉장히 큰데 프로젝트 내용은 일반 가정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주제 같거든요. 어떻게 아이들의 스마트 기기 이용 문제를 첫 번째 주제로 잡았나요? 자연스러운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지름길은 ‘아이들’인 거 같습니다. 산업혁명 때 어린이 대상으로 의무교육 제도가 시작된 게 우연이 아니잖아요? 종교도 자기를 선전할 때 어린이학교부터 만들지 않습니까? 어떤 변화든 자연스럽게, 또 효과적으로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어린이 이상이 없는 거 같습니다. 또 어린이부터 시작한 건 공감대 때문이기도 했어요. 지금 대한민국은 너무 갈라져 있잖아요. 이념적으로도 그렇고 계층적으로도 그렇구요. 하지만 더 큰 갈등은 세대간에 일어날 거라고 예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당장 노인 혐오부터 ‘노키즈 존’까지 우후죽순처럼 삐져나오고 있잖아요. 세대간의 간격을 벌이는 핵심 장치가 바로 미디어가 아닐까 싶어요. 정치적 입장 차이 때문에 대화가 안 되는 경우야 전세계적인 현상이잖습니까? 그런 걸 우리처럼 조그만 센터가 어떻게 대응하겠어요. 하지만 세대간을 갈라놓는 미디어 문제는 우리가 좀 해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요?
청소년이 있는 가정은 이미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소통이 단절된 경우가 많아요. 같은 가정에 살지만 서로 다른 언어를 이용하는 외국인들 같아졌어요. 거실이나 식탁에 앉아도 스마트폰만 보고 서로의 눈길을 외면합니다. 이런 게 쌓이면 단절의 골이 깊어지고 사회적인 갈등 요소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아직 사이가 벌어지지 않은, 벌어졌어도 그 폭이 크고 깊지 않은 단계에서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어린이에게 초점을 맞췄어요. 이 프로젝트에서 자신감이 생기면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또 중학생으로, 고등학생으로 확대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Q3. 〈미Q〉는 그럼 유튜브 전용 프로젝트인가요? 다른 계획은 없나요? 일단 유튜브에서 의미 있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유튜브 전용은 애초부터 아니었습니다. 유튜브는 그야말로 ‘채널’입니다. 여기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게 1차 목적이구요, 그게 이뤄지면 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진짜 하고 싶은 걸 해야겠죠? 예를 들어 이와 같은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든지, 관련 연구를 추진한다든지, 그 내용을 모아서 교재를 만든다든지, 서적을 편찬한다든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유튜브를 수단으로만 사용하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이 채널과 콘텐츠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사회적인 아젠다를 세팅하는 종자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기획을 하면서 여러 번 확인한 것 중에 하나가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들, 나아가 전세계 부모들이 자녀를 양육하면서 바로 이런 미디어 문제로 엄청나게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저는 이 관심과 걱정이 어떤 면에서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관심과 걱정도 엄청난 에너지잖아요. 그 에너지를 우리가 잘 모을 수 있다면, 우리 사회가 가진 거대한 미디어 문제까지도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Q4. 우리 언론인권센터 회원들과 〈미Q〉 시청자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기획을 해서 콘텐츠를 내놓기는 했는데,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더 프로젝트로 키워가기 위해서는 구독자, 시청자들의 반응이 필수입니다. 우선 회원 여러분부터 ‘좋.댓.구.알’(좋아요-댓글-구독-알림설정) 부탁 드리구요, 주변에 아이 키우는 부모님 계시면 소문도 내주시고, 기왕이면 동네 커뮤니티 같은 데 소개해주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우리 센터도 미디어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고민도 공유하고, 또 대안도 함께 모색하면서 미디어가 건강한 세상, 소통이 원활한 사회를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