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아라크네’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지혜의 신 아테나에게 직물 짜기 실력으로 경쟁을 벌인 아라크네가 감히 신에 도전한 벌로 거미가 되었다는 내용으로, 자신의 재능만 믿고 신에게 도전하는 만용을 지니면 어떻게 되는지 가르치는 이야기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젠더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한국일보의 기사 〈남신의 성폭력을 고발했더니 돌아온 건 '천벌'이었다〉를 소개합니다.
원전의 내용을 살펴보면, 직물 짜기 경쟁에서 아라크네가 짠 무늬는 제우스를 비롯해 수많은 남신들이 인간 여성을 상대로 부도덕한 접근을 하는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아라크네는 단지 신의 권위에 도전한 것이 아니라, 인간 여성으로서 남성 신이 가하는 만행과 성폭행에 대한 용기 있는 고발을 한 것이죠. 고발 방식 역시 어떤 부정한 속임수 없이 당당하고 예술적인 비판이었습니다. 이에 아테나는 아라크네의 실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으면서도 자신의 친부이기도 한 제우스의 불륜과 과오를 드러내는 것은 용서할 수 없어 아라크네의 직물을 찢고 아라크네를 폭행하였으며, 마침내 거미로 변하게 하는 저주를 내렸습니다. 현대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아테나는 남성의 부도덕함을 인정하지 않고 여성의 순종을 강요하는 가부장제의 옹호자인 것입니다.
오늘날에 와서는 신의 권위를 믿고 온갖 부정을 저지른 그리스 신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아라크네가 이전처럼 신에게 반항한 오만하고 불경한 인간으로 보는 시선은 다소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곳곳에는 용기 있는 여성의 외침이 오히려 여성에 대한 공격과 비난으로 이어지는, 오늘날의 ‘아라크네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