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위클리 미디어픽에서 BBC News 코리아의 〈K-웹툰의 그늘, '웹툰 공장’의 작가들〉 영상을 통해 한국 웹툰 작가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공유했었지요. 오늘은 웹툰 작가들의 노동 강도와 임금을 비롯한 한국 웹툰 생산 현장의 그늘을 다룬, 중앙일보 ‘밀실’ 팀의 〈웹툰공장 2022〉 기사 시리즈를 가져왔습니다. ① 앉아서 그림만 그리다 숨졌다…웹툰 작가 죽이는 '공포의 말' [밀실] ② 수익 150만원이 빚 25만원 된다…그릴수록 '홧병'나는 작가들[밀실] ③ "이름 가리면 구별 못한다" 이런 말까지 나온 요즘 웹툰, 왜 [밀실] (종합) 12명중 10명 지병, 37세에 목숨 잃기도…'집단과로' 빠진 K웹툰
웹툰 작품을 직접 제작하는 작가, 웹툰이 업로드되고 독자에게 노출되는 창구 역할을 하는 플랫폼, 작가와 플랫폼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제작사(에이전시나 스튜디오), 이 세 주축이 웹툰 제작 환경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웹툰 작가들이 처해 있는 높은 노동 강도나 일부 ‘스타’ 웹툰 작가의 수익에 가려진 대다수 작가들의 낮은 수익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이 사이에 놓여 있죠.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조회수와 유료 결제 시스템 등은 작품 사이의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부추기고,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더욱 작가가 ‘갈려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플랫폼과 제작사와 ‘프리랜서’ 형태로 계약하기 때문에 휴식도, 임금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 축에 분배되는 수익의 불공정함도 문제적입니다. 플랫폼과 제작사, 작가가 나눠 갖는 비율 뿐만 아니라, ‘MG(Minimum Guarantee)’의 존재 때문입니다. MG는 1화 당 작가에게 지급되는 말 그대로의 ‘최소수익’으로서 선금으로 지급되는 금액입니다. 그러나 이미 업계 일반의 계약 관행이 되어버린 ‘후차감 MG’의 형태는 이후 작가 몫으로 분배된 수익에서 선지급된 MG를 차감하는 형식이라는 것이 문제적인데요. 이 때문에 작가의 수입은 웹툰 전체의 수익에서 매우 적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고, 심지어 작가의 몫이 마이너스가 되어 빚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구조에 대해 2017년부터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온 트위터 계정 ‘웹컨텐츠계_공정계약을_위하여(@creative_2017)’에 따르면, 앱 결제 수수료 등까지 수익에서 제해지기 때문에 실제로 작가가 정산받는 금액은 기사에 언급된 계산 결과보다 더욱 낮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링크) 이를 비롯하여 다양한 독소 조항을 명시한 웹툰 작가-플랫폼/제작사 간 불공정 계약은, 꾸준한 모니터링과 문제제기에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습니다.
한국 웹툰 시장의 규모는 매우 커졌고, 최근에는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 역시 증가하고 있지만 이와 같은 구조적 문제들은 한국 웹툰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OTT 서비스를 비롯해 동영상 형태의 콘텐츠가 선호되고 있는 데다, 불법 웹툰 유통 역시 늘어나고 있어 웹툰 시장의 성장세는 주춤거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구조 속에서는 참신하고 질 높은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하기 어렵고,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을 동력 역시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