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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권통신 제857호] ‘n번방 사건’ 보도 프레임,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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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일: 2020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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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사회복무요원 낙인찍는 ‘n번방 사건’ 보도 프레임

 

허찬행 |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



  ‘왝더독(Wag the dog).’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든다.’라는 뜻으로 ‘주객전도’라는 의미다. ‘주객전도(主客顚倒)’란 말 그대로는 ‘주인과 손님이 뒤바뀐다.’이지만, 다른 말로는 본질과 지엽적인 것이 뒤바뀐다는 의미도 있다. 최근 ‘n번방 사건’을 다루는 일부 언론의 행태가 꼭 이런 ‘주객전도’가 아닌가 싶다. 


  “어리다고 용서해야 하나...n번방 10대 가해자 솜방망이 처벌 우려." “n번방 10대 피의자, 신상공개 못하는 이유” “텔레그램 n번방 10대, 또래에게 더 잔혹했다.” “n번방 10대 피의자, 처벌 안 받는다?”“일베 남초 지인능욕. n번방 잡고 보니 10대 수두룩”“n번방 ‘태평양 태범 커비’모두 10대...어쩌다 악마 됐을까”“또 공익”...‘박사방 특수본’ 성 착취물 2만개 다크웹서 판 20대 검거. “낮에는 사회복무 밤에는 악마의 거래...아동 성 착취물 2만건 판매”


  이상은 최근 ‘n번방 사건’과 관련한 언론 보도의 제목들이다. 열거한 제목들만 보면, ‘n번방 사건’은 미성년인 10대들이 주도했고, 10대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게다가 사회복무요원(이전에는 공익근무요원)이 ‘n번방 사건’의 핵심이다. 과연 그럴까?


  이쯤에서 언론에 묻는다. ‘n번방 사건’의 본질은 무엇인가? 해당 사건은 사회 구조적으로 남성이 여성에 가하는 성 대상화와 성폭력을 넘어 성 착취를 하는 범죄 행위다. 이 같은 범죄가 익명성을 철저히 보장하는 인터넷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행해지고, 유료 이용자들이 여성 피해자를 성 착취하는 데 가담했고, 피해자 중 다수가 10대 미성년자들이라는 점에서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언론은 본질에서 벗어나 10대들을 범죄의 주체로 둔갑시키고, 가해자 중 극히 일부인 ‘사회복무요원’을 마치 디지털 성범죄의 주체로 호명한다.


  적어도 언론의 역할은 본질적인 문제, 즉 기성세대가 이번 범죄의 주체이며 심지어는 이제 까지 드러난 가해자나 피해자도 10대가 다수였다는 점에서 기성세대를 비판해야 마땅하다. 보다 본질적으로는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착취가 디지털 상에서 10대 미성년자들을 가해자로 끌어들이고 피해자로 삼았다는 점에서 반성하고, 근본적으로 사회제도나 관행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의제를 제시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들은 반성과 사회 제도의 개선이라는 본질이 아니라 책임의 주체를 10대로 돌리고, 사건의 본질과는 동 떨어지는 사회복무요원이라는 직업에 화살을 돌리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가 보다 높은 인권 의식을 바탕으로 잘못된 관행이나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이때에 오히려 퇴행적인 언론에 다시 묻는다. 이 사건의 본질은 무엇인가? 어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가? (20.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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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기 언론인권센터 청년기자단 1차 기획회의

○ 2020년 5월 6일(수) 오후 6시반

○ 언론인권센터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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