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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권통신 제850호] 글쓰기 부담스러운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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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0호] "글쓰기 부담스러운 시절"    

202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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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부담스러운 시절

 

김준현 | 언론인권센터 언론피해구조본부장, 변호사 




  자기 의견을 내비치는 글을 안 쓴지도 오래됐지만, 요즘처럼 글을 쓰기가 부담스러운 시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주제가 더욱이 정치나 사회와 관련된 것이라면요. 언론인권센터의 칼럼 주제는 언론과 인권에 초점을 두는 것이 맞겠지만 그래도 묵은 숙제부터 처리해야 마음이 개운할 것 같습니다. 이른바 조국사태로 확산된 진보의 기준과 가치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에 답을 구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국 전법무부장관 임명, 검찰개혁 등의 주제와 관련한 의견의 대립과 충돌은 저에겐 혼란의 연속이었습니다. 범죄혐의가 있는 자가 공직자로서 자격이 있는가. 검찰이 정치적 수사로 현 정권의 검찰개혁에 조직적 저항을 하는 것은 아닌가.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은 권력실세에 대한 의혹 정도는 용인해야 할 정도로 시급한 과제인가.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은 반대세력에 악용될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하는 것 아닌가 등등. 


  이런 질문에 사람들은 저마다 기준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답도 내렸겠지요. 각자의 답에 대하여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내린 답의 출발점은 객관적 사실부터 인정하자. 거기서 판단은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보고 싶고 좋아하는 말을 듣고 싶은 게 인지상정입니다. 뉴스나 정보도 자신이 좋아하는 내용을 선택합니다. 견해가 다르거나 비판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가짜뉴스'라고 내칩니다. 학계에서는 이를 확증편향이라고 하더군요. 문제는 확증편향이 단지 인지상정의 문제가 아니라 의견이 다른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하는 경향으로 변질되는 현상입니다. 자신과 입장이 다르면 대화와 설득을 하기보다는 일단 배척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설 자리가 없습니다. 


  표현의 자유라는 것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을 근본으로 합니다. 서로를 대화의 상대로 여기는 것이지, 배척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화의 전제는 사실입니다. 특정 사실 자체가 있었는지에 대한 상호인정에서 대화가 열립니다. 사실인정을 넘어서면 이젠 판단의 단계입니다. 판단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정치인은 이런 기준에 방향성을 제시하여 이끌어가는 것이 주된 일이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 각자의 기준과 판단을 서로 존중하면 됩니다. 


  그런데 기본적인 사실마저 인정하지 않으면 상호소통한 기반이 마련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판단이 앞서면 사실관계는 제멋대로 재단됩니다. 선입견은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주범입니다. 주관적 가치에 따른 판단은 다를 수 있지만, 주관적 판단이 선행해서 기본적인 사실을 뒤바꿔 버리면 모든 것이 뒤죽박죽됩니다. 


  요즘 토론에는 상대방에 대한 관용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모든 정치적 논쟁은 기승전-친문(친문), 기승전-반문(반문)으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중간지대는 희미하고 극과 극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공권력에 의해서만 억압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적인 관계에서 보이지 않게 억압될 때 더 무섭습니다. 전체주의라는 것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은 상대정치세력에게 도움을 주니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또 다른 수단으로 작동할 수도 있습니다. 목적이 이무리 선하다고 해도 수단마저 정당화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는 해묵은 주제를 다시 꺼낸 것은 스스로 정리가 필요해서입니다.  지점에서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추를 잘못 꿰었으면 옷을 다시 입어야 맵시가 살아납니다. 길을 잘못 들었으면 되돌아가면 됩니다.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뚜렷하면 언젠가는 도달하기 마련이니까요. (202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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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차 언론인권센터 이사회
○ 2020년 3월 13일(금) 오후 3시
○ 언론인권센터 사무실 

제2기 언론인권센터 청년기자단 면접
○ 2020년 3월 18일(수) 오후 6시 30분
○ 언론인권센터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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