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청소년미디어인권교육 보조강사 후기] ‘나’를 표현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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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표현할 수 있도록
임진희 ㅣ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3학년
금정역 2번 출구, 회사들이 가득한 건물 한 곳에 군포대안학교가 있었다. 회색빛 건물 안, 홀로 초록색 간판을 달고 있는 군포대안학교에서 19명들의 아이들과 9월 7일, 8일 이틀 간 미디어 인권 교육을 함께했다.
이번 미디어교육은 언론인권센터 자원활동가로서 처음 한 활동이다. 처음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언론인권센터의 자원활동가가 된 지 3개월이나 지나버렸지만 이번 미디어교육은 그만큼 소중한 활동이었다. 사실 내게 미디어교육은 지난 6월, 미디어이용자권익본부에 참여하기로 한 때부터 가장 해보고 싶었던 활동 중 하나였다. 작은 생각의 씨앗이 누군가의 삶, 더 나아가 한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왔기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 인권 교육은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활동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번 이틀 동안 군포대안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의 모습들은 이런 내 생각에 확신을 줬다.
이번 교육은 19명의 아이들을 네 개의 조로 나눠 진행됐다. 조 이름이 <삼다수>였던 우리 조에는 조용하게 이야기를 듣던 원익이, 꾸벅꾸벅 졸곤 했던 우준이, 질문에 똑부러지게 대답하던 은빈이, 천방지축 민호, 이렇게 다 개성이 달랐던 네 아이들이 있었다. 이 아이들과의 어색한 만남이 있었던 첫날, 나는 아이들에게 평소 무엇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물었다. 하지만 네 명의 아이들은 모두 선뜻 대답하지 못했고, 잠깐의 침묵 뒤 아이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모르겠어요"였다. 하지만 그 다음날, 아이들은 함께 만들 UCC를 기획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기 시작했다. 처음엔 주춤거리던 아이들은 평소 좋아하던 노래, 애니메이션, 핸드폰 브랜드 등을 함께 만들 동영상에 넣고 싶다고 말해왔다. 이에 각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넣어보자고 의견이 모이자 아이들은 동영상의 대본도, 편집도 나의 도움 없이 직접 하겠다고 나섰다. 보조강사들이 배우의 수가 부족해 어쩔 수 없이 함께 동영상에 등장하기도 했지만, 그 동영상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아이들이었다.
교육 마지막 날, 우리가 했던 것은 함께 만들어갈 동영상을 생각하고 만들어 간 것밖에 없었다. 그런데 왜 아이들은 하루 새 바뀌었던 것일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해 이번 미디어교육이 아이들에게 각자가 가진 '주체성'을 깨워줬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미디어의 주체로서의 나', '미디어를 직접 만드는 나' 그것이 결국은 아이들에게 '나도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의 씨앗을 심어줬기에 아이들이 동영상을 통해 자신을 표현해보고자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처럼 앞으로도 미디어 인권 교육을 통해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이어지길 바란다. 각자의 색깔을 가진 아이들이 이 세상을 다채롭게 칠할 수 있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