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미디어심화교육 참가후기] 미디어 교육을 고민하는 교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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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교육을 고민하는 교사 이야기
안용순 (서울 배명중학교 국어교사)
1. 미디어 교육을 고민하게 된 교사 이야기
가. 미디어가 점령한 아이들의 세계
아이들은 스마트폰 알람으로 아침을 시작하며 아침에 습관처럼 틀어 논 텔레비전 뉴스로 날씨나 스포츠 정보를 얻고 등굣길에 스마트폰으로 친구들과 카톡을 하면서 동시에 음악을 들으며 등교를 한다. 학교에 와서도 아침시간에 스마트폰 게임을 하며 쉬는 시간에는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본다. (학교에 수업을 받을 때 만 빼곤 수많은 미디어를 접한다.) 그리고 방과 후에 피씨 방에 들러 친구들과 롤이나 오버워치 등의 게임을 하면서 친구들과 소통하고 다시 학원으로 가서 공부를 보완한다. 학원이 끝난 후 밤 10시에 들어와 페이스북으로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면서 잠자리에 든다.
아이들 대부분은 미디어 첨단기기를 자주 접하면서 그 기기를 아주 잘 다루고 이런 스마트한 기기로 다른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살아가는 멀티미디어 세상의 고급 소비자로 성장하고 있다.
나.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고민하는 교사
아이들과 아이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하는 선생님인 안노력 교사는 아이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좋은 교사가 되려면 아이들과 친해야 하고 소통해야 하며 같이 교감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아이들과 친해지려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에 대해 알아보기도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도 억지로 학습하는 교사이다. 요즘 유행하는 청소년 문화에 대해 알아야 소통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왠지 아이들에게 끌려 다니는 느낌이지 자신이 주도하에 교육활동을 하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물론 수업은 교사의 주도로 진행되지만 그것이 아이들에게 지식을 넣어줄 뿐 아이들과 같이 호흡하고 아이들을 배움의 세계로 이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다. 그래서 생각했다. 현재 아이들의 미디어 생활을 관찰하기로
이런 찜찜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나름 고민의 고민을 하다가 문득 깨달은 생각이 있다. 그것은 '적을 알면 백전백승한다'이다. 아이들이 적은 아니지만 대상인 만큼 그들을 잘 관찰하고 이해해야 교실 수업에서 뭔가 진전이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의 미디어 생활을 꼼꼼히 따져보고 관찰하고 분석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들은 미디어의 고급 소비자이긴 하지만 철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미디어 사용 양상이 매우 무비판적이고 범위도 좁으며 기기에 의존하면서 살아간다고 생각되었다.
아이들은 오프라인에서의 대화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대화를 해야 친하다고 여기는 세대이다. 같은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직접 대화보다는 온라인 대화로 대화를 하는 학생들이 늘어가고 있다. 본인들의 소통과 교류는 활발하지만 다른 세대와의 소통과 교류는 어떠한지, 그리고 새로운 미디어가 오고 있고 그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읽기와 사용은 어떤지 고민이 되었다.
다-2. 안교사의 고민- 청소년들이 미디어를 많이 이용하고는 있지만 신문, 잡지 등의 공식적으로 어른들이 발행하는 문자매체 미디어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즉, 어른과 청소년 간의 의사소통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라. 청소년의 미디어와 주류 미디어를 이어주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고민하다.
이렇게 많은 미디어로 소통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 사회의 흐름을 알아내는 뉴스 등의 주류미디어는 청소년들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새로운 미디어 시대에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의사소통의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욕만 있고 그동안 교실에서 해본 미디어 교육의 경험만 있을 뿐 미디어 교육이 무엇인지, 미디어 교육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고민은 더욱 깊어져 갔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미디어와 사회 주류 미디어 사이에 소통과 교류를 교사가 담당해야 한다는 생각이 깊어지고 그것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할 거리를 찾고 있었다.
2. 좀 더 심화된 연수를 듣고 싶어 안달난 안교사에게 매력적인 제안이 들어오다
안선생, 미디어 교육 심화연수 들어보지 않겠어?
미디어 교육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인 카톡방이 하나 있었다. 그곳에서 우연히 어떤 분이 제안한 연수를 보게 되었다. '미디어 교육자 심화교육 안내'란 이름의 연수안내였다. 첫마디가 이렇다. '미디어교육자들과 미디어교육에 관심 있는 분들이 모여 현재 미디어 생태계를 살펴보고, 미디어교육의 철학과 미디어 이용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왠지 끌리는 문장이었다.시간은 오전 10시부터 12시. 교사가 직업인 내가 평소 같으면 시간 때문에 이 연수를 못 듣겠군. 하고 지나쳤을 것인데. 올해 나는 학습연구년 교사로 지정받아 1학기 동안은 서울대에서 2학기에는 연수원에서 공부를 하는 입장이었고. 금요일 오전은 듣는 강좌가 없어서 다른 곳에 수강해도 무방한 좋은 조건이었다.
당장 신청하고 연수날을 기다렸다. 미디어 교육을 한다고 한 나였지만 심화교육이란 것은 처음이었다. 강좌를 맡은 강사 선생님들도 한번쯤 이름을 들어본 쟁쟁한 선생님들이셨다.
첫째 날은 김양은 선생님. 예전 미디어교육지원법 추진위원회 발대식에서 대표 발제를 하신 분이셨다. 그때는 정식 발제여서 다소 딱딱한 이야기를 하셨지만 이번엔 몇 안 되는 수강생들을 위해 미디어 교육 그리고 그 뒷이야기를 해주셨다.그야말로 미디어 교육 백과사전이셨다. 미디어 목표에서부터 미디어 기술의 역사, 소셜미디어 시대의 이용자의 태도, 소셜미디어 시대에 고민해야 할 것들, 소셜미디어와 인간, 연결, 소통 등등 우리가 그동안 곁에 두었으나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에 대해 곰곰이 고민해보게 하는 강의였다. 마지막으로 던진 메시지는 미디어 교육에서 기술의 이해와 그에 따른 성찰과 참여였다. 이 메시지가 기억에 두고두고 남는다. 4차혁명시대라던지, 인공지능의 시대라던지 화려하고 이목을 끄는 단어들이 난무하지만 그런 시대에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인간은 무엇인가? 에 대한 질문이 없었던 것이 내가 바라본 새로운 시대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것에 대해 고민의 씨앗을 던지는 질문들을 많이 받은 것 같다.
둘째 날은 첫째 날 질문을 다지는 그런 시간이었다. '미디어교육과 철학'이라는 주제로 한국외국어대학교 심영섭 선생님의 강의였다. 시작은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미디어 교육이었고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사회적 필요, 교과과정으로서 미디어 교육, 디지털 시대에 맞는 미디어 교육)을 강조하셨다. 특히 편집된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하시면서 수용자들의 미디어 수용과 그 영향력에 대해 설명하셨다. 특히 독일 미디어 교육을 소개하시면서 미디어 비평에서 시작하여 미디어학, 미디어 이용, 미디어 제작까지 일련의 과정을 혁신적인 차원에서 설명하셨다. 특히 미디어 교육을 언급하시면서 미디어 커리큘럼의 이야기, 학교별 학년별 과목별 미디어 교육, 교사 미디어 교육 방안, 산학협력과 민관지원까지 그동안 미디어 교육을 하면서 고민했던 부분과 그 이상까지 제도적으로 설명한 것이 기억에 남았다.
셋째 날은 '미디어와 사회-언론이란 무엇인가?-'를 정준희 중앙대 교수님이 강연해주셨다. 언론 부분은 위에서 언급한 청소년들이 접근성이 떨어지는 주류미디어이고 그것에 대해 같이 보면서 아이들과 소통하고 싶은 주제로 유심히 들었다. 처음엔 언론의 의의, 기능, 역할에 대한 기성담론을 이야기 하셨고, 언론의 이상형, 다양한 언론 이야기, 언론의 당위와 실제, 그리고 서양의 언론 역사, 언론인의 자세, 언론인의 신념, 언론에 대한 비판 등을 이야기하셨다. 그리고 본론에 들어가서는 언론의 현실, 언론의 기능, 언론에 대한 네 가지 관점(자유주의적 언론관, 사회적 책임이론, 도구적 언론관: 권위주의와 전체주의, 급진주의적 언론관)을 이야기하셨다. 마지막으로 언론과 정치의 관계를 이야기하면서 미디어의 독립성, 언론과 정치의 관계, 현대사회의 분화와 미디어 까지 다양한 언론의 관점과 역사를 이야기해주셨다. 특히 개인적으로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미디어 교육에 관심을 많이 가지셨다는 이야기, 그리고 학교 현장에서의 미디어 교육에 대해 격려도 아끼지 않으셨다.
넷째 날은 '미디어 전환 방향과 과제'라는 주제로 조희정 서강대학교 책임연구원께서 이야기해주셨다. 이 강의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대해 이야기해주시는 것이라 매우 흥미로운 주제였고 이야기도 재미있게 해주셨다. 주요 IT서비스 현황과 전통소셜미디어(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와 신생 소셜 미디어(스냅챗, 페이스북 메신저, 페이스북 라이브, 킥, 라인, 밴드 등 )를 설명하시면서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설명을 하셨고 매우 새로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소셜 미디어의 특징, 장점과 단점, 기술 응용 사례와 관계과잉, 허구관계, 개인 스트레스, 사회적 인식까지 소셜 미디어의 깊이 있는 것까지 설명해주셔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강의였다.특히 지능정보사회라는 새로운 미디어 세상에서 소비자의 권리와 책무를 언급하시면서 새로운 인물관계망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하셨다. 이것은 청소년들에게 매우 필요한 것이며 그들에게 이런 새로운 미디어를 사용하면서의 권리와 의무를 꼭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좀 더 깊이 있는 강의를 듣고 싶은 아쉬움이 강의 끝나고 들었다.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관점은 새롭게 배우고 체화해야 하는데 아직 교사로서 부족함이 많다고 느꼈다.
다섯 번째 강의는 여성민우회 선생님의 미디어 교육 현장사례 강좌였는데 아쉽게도 일이 있어서 참석을 못하였다.
여섯 번째 강의는 이 연수를 주관한 언론인권센터 미디어 인권 교육 강의였다. 김현옥 미디어 이용자 권익본부장님이 강의였다. 언론인권센터의 소개부터 미디어 인권교육의 정의, 시민 인권 교육, 청소년 미디어 인권 교육 등을 소개해주셨다. 특히 미디어 교육에서 비판적 이해, 활용, 비판, 제작 의 네 가지 단계를 통한 미디어 교육을 강조하셨고, 그것에 대한 실천적인 청소년 연수를 자세하게 설명하셨다. 청소년 저널리즘 스쿨이라는 청소년 미디어 교육 캠프를 통해 아이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같이 성장하는 교육의 모델을 제시하셨다. 여기서 감명 깊은 것은 제가 아이들과 같이 했던 미디어 교육 캠프는 기술적인 것을 통해 접근하는 것에 비해 이곳의 미디어 캠프는 먼저 나는 누구인가? 청소년은 무엇인가? 청소년의 질곡은 무엇인가? 청소년은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가? 등 청소년들의 주체적인 목소리를 만드는 것에 중요 생각이 가 있었다. 이는 내게는 사고의 체계를 흔드는 것이었고 삶을 토대로 한 미디어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중요한 주제였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미디어 교육을 위한 제언에서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의 안정화와 소외계층을 위한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의 확대는 정말 지지하는 대목이었다. 학교안, 학교밖 청소년, 그리고 탈북 청소년들에게 까지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에게 미디어 교육은 가장 필요한 교육이 아닐까 싶다.
3.연수를 듣고 나서
1998년 이후 약 20여 년간 미디어 교육을 고민하였다. 하지만 늘 미디어 교육은 어렵고 힘든 작업이었다. 그것은 사범대학에서도 배우지 못하고 현장에 와서 그 필요성 때문에 해야 했지만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하고 아이들과 고민하면서 이곳까지 온 것 같다. 아이들과 호흡하고 소통하면서 미디어 교육을 실천하는 것도 소중하지만 이런 연수가 자주 접근 가능하게 있어야 겠고, 미디어 교육을 같이 고민하는 주체들이 자주 모여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야 겠다. 이제 미디어 비평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갑자기 화면에서 없어지고 진보적인 미디어 단체가 지원을 못 받아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나갈 시대인 디지털 시대를 잘 살아나가도록 같이 고민하고 같이 노력하는 지속가능한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론적으로 미디어 교육은 일상적이어야 하고 기술의 진화와 테크놀로지의 다양성이 존재하지만 결국 아이들에게 물어야 할 것은 인간이 무엇을 해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하는 것이고, 이것을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미디어 교육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