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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사] 디지털시대에 맞는 언론인권 활동으로 넓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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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 퇴임사]


디지털시대에 맞는 언론인권 활동으로 넓혀야


류한호 (전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광주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일이 천부의 권리이듯, 말과 글로 인해 사람의 인격이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을 권리 또한 천부의 것입니다. 언론인권센터 창립 선언문 첫 문장입니다. 


 2016년 언론인권센터 이사장을 맡은 지 4년. 무난히 소임을 다하고 물러나기까지 함께 해주신 회원님들과 이사님들, 그리고 내외부에서 후원 등으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18년 전인 2002년 언론인권센터를 창립한 분들의 아름다운 뜻을 새기며,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언론인권센터가 기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내 왔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매우 무거운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홀가분해졌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높은 가을 하늘은 아니지만 대체로 맑음 정도인 듯합니다. 코로나 19가 전세계를 강타하는 상황에서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고 편안하지 않은 오늘의 상황에서, 그런 표현을 하는 것만도 만용이라 할 수 있겠지만. 


 4년 전에 비해 언론인권센터의 환경은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먼저 이사진이 안정되었습니다. 이사회를 열 때마다 정족수를 채우느라 긴장하고 했지만, 최근에는 그러한 긴장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사들의 참여도가 높아졌습니다. 인력도 보강하여 실무진이 탄탄해지고 그 수도 늘었습니다. 이처럼 주체가 안정되니 일을 하기도 쉬워지고, 일하면서도 힘이 납니다. 하드웨어적으로 사무실 공간을 넓혔습니다. 연간 사용하는 예산도 상당히 많이 늘고, 재정도 튼튼해졌습니다. 사업 내용도 확대하여 다양해졌습니다. 외부 기관이나 단체들로부터 지원금도 늘고 또는 사업수탁이 늘면서 재정도 상당히 탄탄해졌습니다. 

 아쉬움도 있습니다. 사무처가 적은 인력으로 일에 쫓기다 보니 대 회원서비스는 줄었습니다. 회원들과 함께 하고, 회원들에게 보람과 즐거움을 주는 활동을 최근에는 별로 하지 못했습니다. 행사 때마다 찾아오는 손님 수가 현저하게 줄었습니다. 좀 더 개방적이고 휴먼네트워크를 지향하는 운동으로 확장해갈 필요가 있습니다. 언론인권통신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언론인권운동의 동지들을 규합하고, 운동의 동력을 확보하는 데 부족합니다. 온라인, 오프라인 모임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필요하고, 이를 위하여 센터 내부에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회원조직을 별도로 둘 필요도 있습니다. 


 조직 내에 청년들의 공간을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은 조만간 우리 운동의 중심이요 핵심세력으로 등장할 것이고, 우리는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좀 더 잘 터 닦아 놓을 의무가 있습니다. 기존의 모니터팀의 활동을 좀 더 단단히 추스르고, 그들을 언론인권교육 담당 강사 또는 폭넓은 인권교육 강사로 활동하도록 길을 터주는 일도 해볼 만합니다.  


 언론인권센터는 언론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온갖 문제들을 활동영역으로 삼고 있습니다. 언론보도에 의하여 인격적 침해를 당한 사람들을 위로하고, 그 피해를 구제하는 일에 함께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책을 마련해가는 일을 수행합니다. 정부나 그 주변에 숨어 있는 정보를 세상 밖으로 노출시키는 정보공개운동도 우리 활동의 중요한 영역입니다. 미디어이용자의 권익 실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청소년들이나 일반시민들이 미디어를 잘 해독하고 잘 다루도록 하고, 그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미디어교육을 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시민들이 언론에 의해 피해를 입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표현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노동자나 농민, 빈곤층, 여성, 소외계층 등 사회적 약자들이 언론에 등장하는 빈도는 사회적 강자들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표현될 기회가 제한된다는 것입니다. 한편 언론에 등장한다 해도 보도의 시각은 거의 모든 매체에서 강자의 편을 일방적으로 들고, 약자의 관점은 대체로 무시되거나 왜곡되어 전달됩니다. 이런 문제에 천착하여 그 해법이나 대안을 모색하는 일도 매우 중요합니다. 사회적 약자가 정당하게 비중 있게 표현될 권리입니다.  


 또한 표현되지 않을 권리도 중요합니다. 보도되길 원치 않는데 보도당하는 경우도 있고, 본인이 원치 않는 방식으로 보도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결과는 프라이버시 침해나 명예훼손으로 나타나며, 언론인권센터는 이런 유형의 보도에 대하여 피해자들과 함께 그 어려운 사정을 해소해주는 해우소 역할을 충실히 해 왔습니다. 


 지금은 디지털시대입니다. 미디어 메시지는 무한 복사가 가능하고, SNS를 통해 빠른 속도로 온 세상 속으로 퍼집니다. 개인매체들로 인하여 표현주체도, 표현의 매개자도, 그 표현이 소비자도 무한대로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무한적으로 생산, 유통, 소비되는 메시지들 속에 인권침해 요소가 많습니다. 언론인권침해에 대한 감시와 구제운동을 펼치는 우리로서는 업무영역이 엄청나게 늘어난 셈입니다.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렵지만 기존의 방식으로는 이 폐해에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스스로 변해야 합니다. 기존 운동방식의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디지털운동방식으로 전한하는 문제를 하루빨리 고민하고, 해결책을 고안·실행해야 합니다. 이런 시대변화에 민감하고 대응능력을 갖춘 청년조직이 우리 내부에서 정착하고 확대해야 하는 이유를 이런 환경변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시대변화에 맞춰 언론인권운동이 확대되어야 하며, 운동 내용도 디지털, 방법도 디지털로 이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도 언론인권센터의 주요 과업이 될 수 있겠습니다. 가짜뉴스는 근본적으로 인권침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은 표현방식입니다. 가짜뉴스는 온갖 교언영색으로 진실을 덮고, 본질을 흐리며, 상황을 왜곡하고, 결국 민주주의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사장의 짐을 내려놓는 마음은 홀가분합니다. 하지만 숙제는 여전히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2002년 언론인권센터 창립선언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언론에 의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언론피해자의 인권을 옹호한다. 

우리는 언론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이 상호 조화롭게 발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힘쓴다.”


 언론인권센터 설립자들이 설정했던 이 목표는 지금도 미해결의 과제요, 여전히 유효한 과제입니다. 언론인권센터가 사람과 생명이 살아 숨 쉬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하길 바랍니다. 언론인권센터는 앞으로 오랜 시간이 흘러도 늘 젊은 정신들이 모여 이 사회를 좀 더 살만하고 행복한 공간으로 만드는 일을 해낼 것입니다. 언론인권센터 스스로 자유롭고 행복한 공간으로 거듭나고, 그 자유와 행복을 세상과 함께 나누는 아름다운 시간을 아름다운 역사를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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