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택 칼럼] 최저임금 결정기구의 2원화로 최저임금제 개선될까?


최저임금 결정기구의 2원화로 최저임금제 개선될까?

 

이광택 (이사, 한국ILO협회회장, 국민대 명예교수)

 

   저임금과 관련된 정책은 시계추처럼 좌우를 선회하면서 춤추었다. 당초에는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대선 공약과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국정목표에 충실하고자 하여 2018년 역대 최고 인상률인 16.5%의 인상을 단행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인상은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수반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이것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영세 및 중소가맹점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는 신용카드 종사자들의 반발을 샀다. 2019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앞서 국회는 2018년 5월 사용자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법개정을 단행하였다. 2019년 1월 1일부터는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 복리후생비의 일부가 최저임금 산입임금에 포함된다. 이 개정법이 시행되는 시점에 노동자 측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자 했는지 최저임금 적용을 위한 시간 수에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을 합산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2018년 12월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역시 올해 1월부터 시행되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2019년 1월 7일 30년 전인 1988년 처음 시행되어 “우리 사회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최저임금이 국민적 공감대를 토대로 결정될 수 있도록 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마련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고자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논의 초안>을 발표하였다.

초안은 지금까지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의 최초 제시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시작되어, 즉, 노·사의 최초 제시안이 ‘0%(동결) 대 79.2% 인상’ 등 격차가 너무 커서 본격적인 논의에 이르기까지 소모적인 논쟁만 되풀이되어 이제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한 32회 중 표결 없이 노·사·공 합의에 의해 결정된 경우는 7회에 불과했고, 표결한 25회 중에서도 노·사 모두 참석한 경우는 8회에 불과했음을 전제로 하였다.

초안은 이 문제해결을 위하여 현행 노·사·공 각 9인씩 27인으로 구성되어 있는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2원화한다는 것이 그 골자이다. 구간설정위원회는 노·사 단체가 직접 추천하거나 노·사 단체의 의견을 들어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되어 새롭게 추가․보완될 결정기준을 토대로 연중 상시적으로 통계분석, 현장 모니터링 등을 통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을 설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정위원회는 구간설정위원회에서 의결한 상·하한 구간 내에서 최저임금안을 심의·의결하는데, 결정위원회는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와 동일하게 노·사·공 3자 동수로 구성하되, 전체 숫자는 15명 또는 21명으로 줄인다.

그동안 정부가 추천권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공정성 논란을 야기했던 공익위원에 대해서는 국회가 일정규모 추천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방안, 노·사 단체에게 추천권과 순차배제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또,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으로 되어 있는 결정기준은 근로자의 생활보장 측면에서는 근로자의 생계비, 소득분배율, 임금수준, 사회보장급여 현황 등을, 고용·경제 상황 측면에서는 노동생산성, 고용수준, 기업 지불능력, 경제성장률 포함 경제 상황 등을 포함 하도록 하였다.

최저임금위원회의 2원화는 공익위원들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먼저 최저임금 의 상·하한 구간을 설정하게 하는데 그 방점이 있다. 그동안 최저임금결정 과정에서 노사 당사자보다는 공익위원들이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공익위원들의 역할에 더욱 더 기대하는 모양새다.

우리나라가 2001년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의 최저임금결정협약(C131-Minimum Wage Fixing Convention, 1970)에서는 기본적으로 당사자주의가 관철되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기구의 설치, 운영, 개편과 관련하여서는 관계 노·사의 대표단체와 충분한 협의를 위한 규정을 두도록 되어있다.

그리고 최저임금 결정기구의 운영에 관계 노·사 단체의 대표가 동등한 수준에서, 그리고 당사국의 일반적 이익을 대표하는 자격이 인정되고 관계 노·사의 대표단체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임명된 자들이 직접 참가하기 위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의 노·사·공 각 9명의 위원들은 최저임금법시행령 제12조에 따라 고용노동부 장관의 제청에 의하여 대통령이 위촉하고 있는데, 이는 공익위원을 선정, 임명하는데 있어 사용자 단체, 근로자 단체와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ILO협약 제131호(최저임금협약) 제4조 제3항 (b)에도 배치되는 것이며, 최저임금 심의기구를 설치·운영함에 있어 근로자 대표와 사용자 대표와의 충분한 협의가 있어야 한다는 같은 협약 제4조 제2항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정부가 단독추천권을 포기하고 국회가 일정규모 추천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방안과 노·사 단체에게 추천권과 순차배제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으나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국회의 추천권을 행사하는 것은 정부가 책임을 국회와 나누어 갖자는 의도를 보여 개혁의 본질을 벗어나는 것이다. 국회가 참여하면 정치판에 되어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ILO협약 정신에 비추어 노사 당사자의 역할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 결정에 있어 고려할 요소로 ILO협약 제3조는 (a)당사국의 일반적 임금수준, 생계비, 사회보장 급여, 다른 계층의 비교생활수준 등을 고려한 근로자와 그 가족의 필요, 그리고 (b)경제개발의 요구, 생산성 수준 및 높은 고용수준의 확보·유지의 바람을 포함한 경제적 요인을 들고 있다. 일본의 예에서 볼 수 있는 기업의 지불능력은 들어있지 않다.

2015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독일의 최저임금제에서는 공익위원이 아예 없다. 노·사 각 3인의 위원이 결정한다. 노사가 합의하여 추천한 위원장을 연방정부가 5년 임기로 임명한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각자가 추천한 2인을 임명하여 각 임기 2년씩을 맡도록 한다. 첫 위원장은 추첨으로 정한다. 노사가 합의하지 못하면 위원장이 조정안을 제시하고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결정권을 행사한다. 노·사 각 1인의 학자를 위촉하지만 이들은 독립적으로 연구하고 발언권은 있으니 투표권은 없다. 당사자주의에 충실한 독일의 최저임금법의 역사는 짧지만 지금까지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