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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강력 범죄 사건 보도, 사회 구조 문제로 접근해라

날짜:2021-09-08 17:51:00 | 글쓴이:언론인권센터

강력 범죄 사건 보도사회 구조 문제로 접근해라

최근 강력 범죄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건 현상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지난달 26일 여성 살해 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끊고 도주한 강윤성이 2차 범행 이후 경찰에 자백하며 7일 검찰에 송치됐다지난 3일에는 아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40대 남성이 경찰에 구속됐다두 사건 모두 강력 범죄 사건으로 언론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언론의 범죄 보도 방식에 대한 문제는 꾸준히 지적되어왔다언론인들도 이를 예방하기 위해 인권보도준칙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 등 다양한 방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범죄 사건을 흥미로운 소재로 자극적이게 다루는 보도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살인혐의 피의자의 발언을 그대로 제목으로 인용하거나 범죄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보도이다이러한 식의 보도는 범죄 사건에서 피해자를 지우고 범죄자의 시각으로 범죄 사건을 재구성하는 것에 불과하다.
 
[서울신문] “더 못 죽인 게 한” 강윤성 사이코패스’ 검사한다 (2021-09-05)
[뉴스인사이드] “싸움촬영해라에 화나...장인 앞에서 일본도로 아내 살해 (2021-09-05)
[한국경제이혼소송 중 아내와 말다툼…홧김에 '일본도휘두른 40대 체포 (2021-09-03)
 
더욱 심각한 것은 범죄 사건을 범죄영화처럼 재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범죄 도구인 ‘1m 일본도와 장인 앞에서라는 범죄 현장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사건 당시를 떠오르게 하는 단서들을 필요 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반면 피해자에 대해서는 단순하게 접근하고 있다피해자의 마지막 유언을 제목으로 사용하며 안타까움만 강조하거나 가정폭력을 참고 살아온 여성으로만 보도하고 있다피해자에 대한 심도 있는 취재나 고려가 부족함을 알 수 있다.
 
[조선일보남편 일본도에 숨진 아내의 마지막 말 우리 애들 어떡해” (2021-09-06)
[MBN] 남편 '1m' 장검에 살해된 아내의 마지막 말…"우리 애들 어떡해" (2021-09-06)
 
아시아경제는 피해자 지인이라고 밝힌 커뮤니티의 글을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인용하며 사건 당시의 정황을 자극적으로 보도했다범죄에 대한 정보 제공을 넘어서 범죄 현장을 여과 없이 전달하며 폭력적으로 보도했다.
 
[아시아경제남편이 휘두른 '일본도'에 숨진 아내의 마지막 말…"우리 아이들 어떡해" (2021-09-06)
 
범죄 사건을 가해자 중심으로 보도하는 것은 꾸준히 지적되어 온 문제점이다범죄자는 범죄자일 뿐이다그들을 악마로 칭하여 보도하는 것은 사건을 극화하여 자극적인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일 뿐 사건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전문가의 말을 지나치게 인용하여 보도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수사기관의 공식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가해자의 정신·심리상태를 분석한다며 병명을 언급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며 위험한 발언일 수 있다결국 사건의 본질에 집중하기 보다 가해자의 성격병력 등 개인적 사유에 집중하게 한다.
 
[YTN] 죄책감 없는 공격성...강윤성사이코패스일까? (2021-09-04)
[뉴시스]'연쇄살인강윤성툭하면 폭력 성향…사이코패스일까 (2021-09-06)
[YTN 뉴스] [굿모닝강윤성오늘 검찰 송치...사이코패스인가? (2021-09-07)
[조선일보] “강윤성사형선고 받아도 집행 안된다는 안도감 있을 것 (2021-09-07)
 
강윤성의 과거 에세이살인혐의 피의자의 개인사를 조명하는 것은 범죄를 특정 개인의 귀책 사유로 인식시킬 뿐사회 구조의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이번 범죄 사건들은 개인의 일탈이 아닌 재사회화 기관의 역할 부재수사기관의 미흡한 대처로 발생한 것이다또한 우리 사회가 모른 척 넘겨온 가정폭력으로 인한 것이다.
 
[뉴스 1] "한국의 빠삐용"…연쇄살인범 강윤성, 11년 전 감옥서 자기반성 에세이 출판 (2021-09-05)
[세계일보] “남편내연녀 있었다더라…일본도로 살해 당한 女 고교 절친의 폭로 (2021-09-06)
 
범죄는 결국 사회의 문제이며 구조적인 문제와 궤를 같이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인권보도준칙 제2장 인격권 부분에는 사건에 대한 사회구조적인 문제점을 진단하고 인권친화적인 방향으로 정책 변경과 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분명하게 나와있다한겨레의 <가장 가까이 있어도 셀 수 없는 ‘0촌 살인’>보도는 경찰·검찰이 내는 통계 중 범죄자와 피해자 관계 범주에 '배우자'가 없다는 것을 말하며 젠더 폭력의 실태 파악이 불가능한 점을 지적한다.
 
[한겨레] Not Found, 가장 가까이 있어도 셀 수 없는 ‘0촌 살인’ (2021-09-06)
 
언론은 사건의 잔혹함과 폭력성을 말하기 전에 사회 구조적 원인에 대해 고민하고 지적해야 한다또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 시스템과 국가기관의 역할 등이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감시해야 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게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시키는 언론의 역할을 다 해야 할 것이다.